소설 / 필립 헤르만 Philippe Hermann / 번역 김윤정 / 2019 / 153 x 225 mm / 332 p / ISBN 979-11-963771-5-1
90년대 말 프랑스 지방 항구 도시를 배경으로 한 필립 헤르만의 첫 번째 소설로서, 한 젊은이가 도축업에 취직하여 타지에 정착하고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양계업으로 유명한 아메르가트에서 주인공 요한이 살코기 기술자라는 이름으로 사육사들과 함께 겪는 이야기를 통해 대량 가축 생산과 도축을 도맡고 있는 기업의 숨겨진 행각을 드러내며, 산업화가 일어난 프랑스 지방 도시의 사회 분위기를 잘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동물을 대하고 바라보는가를, 충실한 현실에 기반한 냉정한 시선으로 소설 속에 담고 있다. 새의 깃털을 연상시키는 연필 데생으로 그린 삽화와 불어 원문이 함께 수록되었다.
책 속으로
…… 규정, 세금, 위생 관리, 강압적인 시장 분위기 속에서 더 이상 숨도 못 쉽니다. 거기에서 경쟁자를 제치고 저가로 생산을 해야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개인 사업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자율 사회도 아니고 말 하자면 다리를 묶고 뛰어야 됩니다. 그리고 이런 조건에서는 면상이 깨질 위험이 있지요. 군수님, 만약에 제가 얼토당토않은 말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한 말씀 해 주세요 – 다르간은 전혀 동감하지 않았다 – 왜냐하면 저는 이 모든 것을 바닥을 기면서 보거든요, 손에 기름때 묻혀가면서요, 핵심만 말씀드리자면 – 뭐, 그렇다는 거죠, 하! 하! 하지만 저쪽에서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우리 일꾼, 지빈에게 이민자들처럼 현찰로 지불하는 것을 막지는 못해요, 왜냐하면 관리비, 국민연금 그 외에 잡다하게 드는 경비를 다 따져보면요, 더 이상은 불가능해요, 못 빠져 나가요. 그리고 한 번 상상을 해 보세요, 갑자기 어떤 놈이 나타나서 자기 책에다가 닭고기를 먹으면 에이즈에 걸린다느니 치질이 생긴다느니 정력 감퇴를 시킨다느니 하는 소리를 하면서 돈에 눈이 멀어 텔레비전까지 출연했다면요 ! 이런 거 이미 많이 봤어요, 그러면 소비자들은 이해를 하려 들지 않죠, 알아보지도 않고 의심부터하고 닭고기는 안 사요, 그러면 저만 바보되는 겁니다, 죄송하지만 되팔지도 못 하는 제 어마어마한 양철통들을 끌어안고는 이 말 밖에 못 합니다 !
리덕은 이 한 가지 생각에 부르르 떨었다. 이것이 그의 숨겨진 공포였다. 그는 이런류의 종교 혹은 사이비 종교의 힘이 통닭구이나 칠면조 판매를 금지시킬까 걱정을 했다. 이 바닥 세계에서 우리는 보잘것이 없었다. 세 사람 모두 그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가장 멋지고 인간적인 회사들도 운명의 장난으로 하루 아침에 파산할 수 있었다. 구역질 나는 불공평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고 감수하고 살아야 했다 – 이 점에 대해서도 그들 모두는 동의를 했었다. 갑자기 확성기에서 새어 나오는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들었다. 요한이 이 익숙한 음을 감지하려는 찰나 루베 아들은 이미 초록색 융단이 깔린 사각 단상 위에 올라가 있었다. 시간이 되었다. 왜냐하면 로제 포도주를 한 잔씩 걸친 탓에 여기저기에서 큰 웃음 소리가 높아졌고 방문객들이 넌지시 실눈을 떴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