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완전히 사라지나

소설 / 필립 헤르만 Philippe Hermann  / 김윤정 옮김 / 윤풍경 사진 / 2021 / 137 x 210 mm / 284 p / ISBN 979-11-972289-4-0   

 

 이 소설은 2001년도에 프랑스 Pauvert 출판사에서 출간된 필립 헤르만의 초기 작품 중의 하나이다. 차갑고 빈정대는 냉소주의적 문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며 유머러스한 것이 특징이다. 단편집을 읽는 듯한 스물네 편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큰 줄거리로 연결되고 이야기마다 작가만의 산뜻한 위트가 느껴진다. 판타지적 성격이 바탕에 깔린 이 소설은 희귀병에 걸린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각기 다른 생활 환경과 형제간의 우애를 보여주는데, 그 속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젊은 작가의 천진난만한 시선을 따라갈 수 있다. 주인공의 점진적인 신체 변화는 성장기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고, 이미지들을 그리는 섬세한 묘사와 시선을 이동시키는 재치를 곁들여 때로는 시적이고 때로는 철저하게 현실적인 장문들로 소설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번 소설의 삽화로는 프랑스 베르사이유의 골동품 거리에서 찍은 흑백 사진이 실려 보다 더 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목차 

공이 없는 아이 - 9 

그들과 우리 - 17 

메신저들 - 25 

미래를 위한 계획들 - 35 

마음과 얼굴 - 47 

수척한 기쁨들 - 57 

모난 돌 - 71 

불길에서 - 85 

유리 눈물지었던 여인 - 95 

나도 아르카디아에 있었다 - 105 

육교 경치 - 119 

어느 가장의 고민 - 131 

겨울 신문들 - 141 

또 다른 시절 - 159 

꽃 목록 - 169 

꿈나라 - 183

네가 나를 부르면 나는 달려간다 - 193 

겸손한 짐승 - 207 

선술집의 경치 - 221 

익명의 율리시스 - 227 

꿈꾸는 별장 - 237 

크리스탈 꽃병 - 251 

인간들의 세계 - 263 

고인의 영들 - 275    

 

책 속으로

 …… 

 해질녘까지 완전히 파란 하늘은 입방체의 부피와 수직선들로 두드러졌고 외박 나온 군인들의 턱과 산보 나온 퇴직자들의 두터운 얼굴 피부로 단단해졌다. 하지만 마침내 밤은 이 무기질 도시로 떨어지고 말았다. 광도 잃음에 대한 균형이라도 잡으려는 듯이 온 마을에서 차차 밝아오기 시작하는 오렌지색 천체가 있는 곳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보라빛 시간이 존재했다. 로널드는 연구과제 중에 컴퓨터실 중앙에 먼지낀 창을 통해 이런 현상을 관찰하려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수다스럽고 집념에 사로잡혔던 젊은 학생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료들도 덩달아 쉼을 했고 결국 한창 계산 중이던 컴퓨터들의 윙윙거림만 남았다. 바깥에서는 털이나 깃을 단 작은 동물들이 도마뱀과 곤충들을 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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